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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불총림 방장 지선 스님 기해년 동안거 결제법어

글쓴이 : 김종범기자 | 작성일시 : 19-11-04 10:36 | 댓글 : 0 개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담박하지 않으면 그 뜻을 밝힐 수 없고 고요히 평안치않으면 큰일을 이룰 수 없다.

제가 옛 글을 읽다가 마음에 닿는 것이 있기에 얘기를 꺼냅니다 수행자가 사는 살림살이가 담박하고 명료하여야 부처님의 큰 법을 감당할 수가 있음은 모두 잘 아실 것입니다
어지러운 수사들과 몰아쳐오는 세파 속에서 澹泊이라는 말이 얼마나 어려운지는 말할 필요도 없지요 하지만 그럴수록 수행자는 담박해야하고 수행에 대한 의지가 투철하게 지녀야만 의식이 명료해집니다 무척 어려운 일들이 산적해 있지만 그럴수록 담박해지도록 마음을 잘 살핍시다

담박하여 마음이 안정되고 편안해져야만 불조의 큰 가르침을 감당할 수 있습니다 우리 선종은 安心 그 말로 귀결되니 작게도 크게도 마음이 편안한 것이 최고입니다
멀遠자가 크고 아득한 경계를 이를 수도 있으나 시간적으로도 길고 오래하는 長遠心을 이름하기도함이니 저는 이 글귀를 살림살이와 마음씀을 담박하게하여 마음이 편안하게한 뒤 꾸준히 정진해서 생사를 끊는 그러한 뜻으로 봤습니다

이제 차가운 겨울살림 속에서 살아야하니 마음 한켠이 긴장도 되고 또 그러한 긴장 때문에 정신이 번쩍나기도 합니다 결제대중들은 정신을 바짝 차려야하니 작금의 세상은 환화幻花가 허공에 가득한 듯하여 온갖 일들과 주장들이 백가쟁명百家爭鳴으로 아우성이니 정신차리고 살기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知幻卽離 離幻卽覺이라! 우선 정신을 오롯하게하여 본질을 잘 살피는 것이 이번 철에는 중요한 공부거리입니다 근본적인 입장으로 보자면 온갖 법은 幻相과 같으니 자성도 없고 타성도 없어서 본래 그 자체가 진정으로 생겨나지도 않고 소멸함도 없습니다만 事의 부분으로 봐서 눈 앞에 있는 문제들을 해결하고 넘어가야합니다
말이야 쉽지 澹泊하고 知幻하기가 얼마나 어렵습니까! 일단 살림부터 담박하게 살아야하겠습니다 요즘 자교오종(藉敎悟宗)이라는 말씀이 무척이나 가슴에 박힙니다
부처님과 조사스님들의 가르침을 잘 익히고 난 뒤에라야 올바르게 수행점차를 밟아나가는데 작금의 풍토가 敎를 등한시하니 근심입니다 응당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고 하셨는데 應無所住에만 걸려 而生其心은 놔버리니 묘용을 잃어버려 갈팡질팡 늘 客으로만 사는 폐단들도 보입니다 그렇게되면 산 속의 썩은 나무통하고 무슨 차이가 있겠습니까!

청정본연의 납승이라면 털끝만큼의 지견도 세우지않고 눈썹 하나만큼이라도 움직임없이 능소능대하고 그 지경에서도 벗어나 자유자재하여야 합니다 유를 말하면 유에 걸리고 무를 말하면 무에 걸리는 그러한 지견으로는 이번 안거 중에도 얻을 것 없이 시간낭비가 될 수 있습니다
이번 결제중 순간순간 수행자로써의 뜻을 굳건히 세우고 마음 편히 잘 정진할 수 있도록 모두 노력합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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